4·3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집권기간 동안 해온 일은 87년 헌법 안에 규정된 절차와 헌법기관들의 권한을 파괴하고 굴복시키는 일이었다. 그 전형적인 예가 검찰총장을 솎아내고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낸 일, 정당 해산과 국회의원 제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같은 것들이다. 왜 그렇게 하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 "심리전"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집회를 "소요"로 인식하는 것이 보여주듯이, 교통방해죄를 저지른 사람을 잡기 위해서 서울 시내에 2500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것이 보여주듯이 대통령은 지금 '내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내전의 심리가 쿠데타의 동기인데, 이제 그 창끝이 국회의장을 향하고 있다.
곰곰이 되돌아보니, 희망의 단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월 국회의 새누리당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대표연설과 6월 정의당 조성주 후보의 당 대표 출마선언문, 9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이 펴낸 <축적의 시간>이 그것들이다. 두 연설이 각기 건전한 보수와 새로운 진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나침판이라면, <축적의 시간>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가 그 늪에서 빠져나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이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백남기씨를 물대포로 무자비하게 쓰러뜨리고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앰뷸런스를 향해서까지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을 보게 되니, 어떤 증오의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은 더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증오의 감정이 불붙고 나자, 정권을 바꿔서 이뤄야 할 목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